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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경제학자와 경제 이론

매장 진열부터 앱 화면까지, 탈러의 넛지가 선택을 바꾸는 방식

by Assami 2026. 10. 6.

우리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상품이라도 어디에 놓여 있는지, 어떤 정보가 먼저 보이는지, 어떤 항목이 미리 선택되어 있는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트의 상품 진열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추천 상품, 앱의 기본 설정까지 일상 곳곳에는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널리 알린 **넛지(nudge)**입니다.

1. 넛지는 선택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행동에 영향을 준다

넛지는 사람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거나 다른 선택을 막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선택의 자유를 유지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특정 상품을 눈높이에 맞춰 진열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반드시 그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상품을 고를 수도 있고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와 모든 상품을 동일한 수준으로 살펴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는 상품에 먼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행동을 직접 통제하는 대신 선택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금 바꾸어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넛지의 기본적인 특징입니다.

2. 상품의 위치와 진열 방식은 소비자가 무엇을 먼저 볼지 결정한다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모두 같은 위치에 진열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상품을 배치하거나 통로 끝이나 입구처럼 시선이 쉽게 닿는 곳에 행사 상품을 진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산대 주변에 간식이나 소형 생활용품을 배치하는 것도 소비자가 구매 과정에서 해당 상품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 매장을 둘러보지만, 모든 상품을 하나씩 비교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눈에 먼저 들어온 상품을 살펴보거나 가까운 위치의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먼저 발견하고 비교하게 되는지는 진열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매장의 공간 구성은 소비자의 선택 이전에 관심의 방향을 정하는 하나의 환경적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온라인에서는 화면의 정보 배치가 선택 환경을 만든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매장의 진열대 대신 화면의 구성과 정보 배치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와 함께 인기 상품이나 추천 상품, 다른 고객이 함께 구매한 상품 등이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달앱에서도 사용자가 음식점을 찾을 때 인기 메뉴나 추천 메뉴가 먼저 노출되면서 처음 생각했던 선택지에 새로운 후보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검색 결과의 앞부분에 표시되는지, 별도의 추천 영역에 노출되는지에 따라 소비자가 접하는 순서가 달라집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는 상품 자체를 진열하는 대신 화면의 위치와 정보의 순서를 조정하여 선택 환경을 구성합니다. 소비자는 여전히 여러 상품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무엇을 먼저 보고 어떤 정보를 쉽게 접하느냐에 따라 선택 과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기본값은 별도의 행동을 줄여 특정 선택을 유지하게 한다

넛지를 이해할 때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기본값입니다. 사람은 여러 선택지를 비교할 때 모든 항목을 처음부터 직접 설정하기보다 이미 정해진 옵션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에서 배송 방법이나 결제 옵션이 특정 항목으로 미리 설정되어 있다면 사용자는 이를 변경하지 않고 주문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앱의 알림 설정이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도 처음부터 선택된 항목이 있으면 별도의 확인 없이 그대로 유지하기 쉽습니다. 이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사용자는 언제든 설정을 변경할 수 있지만, 변경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본값은 선택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동시에 특정 선택이 유지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기본값이 이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원하지 않는 선택을 쉽게 유지하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넛지는 편리함뿐 아니라 설계의 투명성과 이용자의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5. 넛지는 판매뿐 아니라 건강과 공공정책에도 활용될 수 있다

넛지는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에서만 사용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내식당에서 채소나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하면 이용자가 건강한 메뉴를 먼저 접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건물에서 계단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거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등을 끄도록 알림을 제공하는 것도 선택 환경을 바꾸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식이 특정 행동을 강제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선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넛지는 기업의 상품 판매뿐 아니라 공공서비스, 건강관리, 환경보호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행동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선택 구조의 영향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넛지의 중요한 의미입니다.

## 6. 넛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환경까지 생각하게 한다

탈러의 넛지는 사람의 선택이 개인의 취향이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마트에서는 상품의 진열 위치가, 온라인에서는 정보의 노출 순서가, 서비스에서는 기본 설정이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넛지가 사람의 선택을 강제로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선택이 더 눈에 띄고 편리한지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상에서 자신의 선택을 돌아볼 때 무엇을 선택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